볕뉘에 사는 한밤이 어둠에 마르는 오후에게 : 2025년 정희수에게 보내는 글 - 백필균 (2025)

당신은 지난여름 여섯 동네를 지나 사진을 내보인다. 주택가 그늘에 햇빛을 펼치는 손마다 너무 환한 부스러기가 묻는다.
사진의 시선은 태양을 공전하는 지구의 움직임 따라 기운다. 기억을 맴도는 시선이 수원에서 오키나와까지 긋는 빗금은 당신에게 때 아닌 물음을 남긴다. 기록과 기억와 기도를 경유하는 길에 수풀 너머 동굴이 등장한다. 그 아래로 내려가는 당신은 미리 준비한 말을 나직하게 읆조린다. 기록은 기도를 기억하고, 기억은 기록을 기도하고, 기도는 기억을 기록한다.
그늘의 몫에 보태는 태양은 영원한 약속처럼 작열한다. 빛나는 항성은 정작 이곳의 아무에게도 얼굴을 내보인 적 없다. 철책 너머 운동장에 그 파편만이 기다린다. 맑은 날씨와 밝은 공터에 드리우는 한낮의 일면이다.
태양빛이 태워가는 처음은 사진의 사람이다. 사진 물질이 연속하는 필름의 흔적에서 해와 달을 그리는 손의 주인, 동굴에서 총알 단발로 소리를 잃었다는 가족, 맑은 날씨에 오래도록 마주 하지 않은 친구. 그 중에 친구, 알지만 그 앎 때문에 더 알 수 없는 존재가 이곳에 방문해주기를 바래보면, 친구와 친구 사이 거리가 새삼 멀다. 당신이 없는 정원에서 당신이 있는 공원을 조성하는 몫이 남는다.
태양빛이 태워가는 다음은 사람의 사진이다. 오키나와 동굴에서 걸어온 사람이 그곳에서 길어온 사진을 물결로 냉각한다. 마을의 사람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마음의 사진은 부단하게 냉소한다. 밤을 두려워하기에 사위는 대체로 밝다. 하늘 끝에서 비행기가 사라지기 직전까지, 오후는 당신 바로 앞에서 참은 숨을 내쉰다.
그날의 내게 보내는 사진은 매미의 기도처럼 조용하다. 거짓말이다. 떠오르는 이미지를 떠내는 사진에게 이제와 고백하건데, 슬픔이 남는다. 이토록 슬픈 연유가 무엇인가. 흔들림 없는 사진으로 정직하게 살아가는 몫을 묻는다. 쓰인 과거가 쓰는 현재를 살필 때 소년을 대신하는 여름은 아이스크림을 핥는다. 우리는 무릇 설탕이 물에 얼마나 잘 녹는지 기억한다.